동백길에서 꽃꿀을 빠는 동박새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는 1∼2월에 동백길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하얀 눈밭에서 녹색의 동백나무잎, 붉은색의 동백꽃잎, 노란색의 꽃가루

그리고 동백꽃꿀을 빨고 있는 연한 녹색을 띠는 동박새가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동박새는 제주어로는 ‘돔박생이’라 한다. 돔박은 동백나무의 열매를 가리킨다. 돔박이 맺기까지 암꽃으로 수꽃의 꽃가루를 가져다주는

대표적인 새가 직박구리, 박새, 동박새 등인데, 동백나무의 주 수분 매개는 돔박생이가 담당하고 있다.

수분(꽃가루받이)이란 일반적으로 꽃밥의 꽃가루를 암꽃의 암술머리로 옮기는 과정인데, 동물의 번식과정과 같다.

동물의 번식은 암수 개체들의 활동에 의존한다.

짝짓기를 위해서 암수는 상대 배우자를 찾아 걷거나 기거나, 헤엄치거나, 날아가거나 한다.

식물의 경우도 암수의 만남이 필요하나 수꽃이 암꽃으로 직접 이동하지 못한다.

어떤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 역할을 대신 담당해 주는 에이전시(agency)가 요구되는데, 이 에이전시가 수꽃의 꽃가루를 암꽃의 암술머리로

전달시켜준다.

인위적으로 수분을 유도하기도 하나, 자연 상태의 수분 매개체로는 바람, 물, 곤충, 새, 박쥐 등이 있다.

동박새가 동백나무의 한 꽃에서 꿀을 빠는 과정에서 부리와 이마에 꽃가루가 묻히게 되고 다시 이 동박새가 다른 꽃에서 꿀을 빨 때 이미 묻혀 있는

꽃가루가 암꽃의 암술머리로 자연스럽게 옮겨지는 것이다.

대개 새에 의해 수분이 이루어지는 식물의 꽃은 관모양, 컵모양, 단지모양을 이루며 화려한 색깔, 많은 꽃가루와 꿀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꽃꿀을 빨아먹는 새들은 벌새, 태양새, 꽃꿀발이새와 같은 새로 주로 열대 지방에서 볼 수 있다.

부리의 모양이 꿀을 빨기에 유리하도록 길고 가는 것이 특징이며, 동박새를 유심히 보면 그런 특징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동박새는 94종이 분포하며, 눈 테가 하얀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한국에는 한국동박새와 동박새 두 종이 분포한다.

동박새는 주로 한국, 일본, 중국, 일부 동남아 지역에 서식하며, 지역에 따라 이동하는 집단도 있다.

제주의 동박새는 화산섬에 고립된 텃새로 인가와 정원에서부터 곶자왈과 한라산 낙엽활엽수림대까지 분포한다.

비번기에는 10~30마리씩 무리를 지어 옮겨 다니며 특히 곶자왈이나 한라산 숲길의 동백나무림이나 꽃들이 만발한 인가 또는

도심지 공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장거리 이동보다는 짧은 거리를 반복해서 이동하는 경향이 많으며 날면서 또는 나뭇가지에서 이동하면서 운다.

점차 벚꽃이 필 무렵이면 무리 생활에서 벗어나 암수가 짝을 맺기 시작하며 번식기에는 암수가 함께 생활한다.

다른 산새들과 마찬가지로 번식기에 울어대는 수컷의 울음소리는 번식기와는 사뭇 다른 노랫소리를 낸다.

알은 5월~7월에 4~5개정도 낳으며 둥지는 두 가닥으로 된 나뭇가지에 작은 컵을 매단 것처럼 틀며, 보통 관목림, 곰솔림 특히 감귤나무에도 만든다.

먹이는 주로 곤충류이지만, 곤충자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겨울철에는 꽃꿀을 많이 찾는다.

동백나무는 제주사람들에게 동백기름의 원료로서 그리고 관상수나 목재용으로도 중요한 자원이다.

최근에는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하는 등 동백나무의 생물자원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자연상태에서 유전적으로 뛰어난 형질을 가진 동백나무를 확보하려면, 동백꽃의 주 수분매개인 동박새의 보호가 절대 필요하다.

또한 화산섬 제주에 오랫동안 적응되어 온 동박새의 고유한 형질 유지와 희소성 가치를 생각할 때, 제주는 동박새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김완병(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연구원/ 야생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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