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상징이자 함께 공존해야 할 노루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난대, 온대, 한대로 구분되어 다양한 식물이 분포하며 중산간 목장지대와 같은 초지대와 해발 1400m 이상 지역의

아고산 초지대가 있어 노루와 같은 초식동물이 서식하기에는 매우 알맞은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노루는 사슴과에 속하는 작은 동물로서 체중은 24∼27㎏이며, 몸길이는 98∼103cm이고, 어깨높이는 57∼59cm 정도이다.

앞발은 뒷발보다 짧으며, 귀는 10∼11cm이지만 꼬리는 흔적만 있다. 뿔은 수컷에만 있으며 뿔은 생후 3개월 후부터 나기 시작하며,

3년이 되어야 완전한 뿔이 나온다.

매년 12월에 뿔이 떨어지고 바로 뿔이 자라기 시작한다.

봄과 가을에 털갈이를 하는데 여름털은 짧고 거칠고 성기며 등과 옆구리가 적갈색이지만, 겨울털은 성긴 털 밑에 곱슬곱슬한 솜털이 나있고 겉이 회갈색이다.

노루의 1년 생활상을 보면 겨울나기(12월∼2월), 영역확보기간(3∼8월), 새끼의 출산(5월∼6월)과 짝짓기(8월∼10월)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노루는 다른 사슴과 동물과는 달리 가족단위로 생활하는 특징이 있는데 가족 구성원은 계절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겨울철에는 보통 어른 암수, 2년생 암수, 1년생 암수 등 6∼7마리가 한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그 외의 계절에는 어른 암수, 새끼 암수 또는 수컷끼리만 무리를 이룬다.

노루는 수컷끼리의 싸움에서 이긴 개체만이 여러 마리의 암컷을 차지하는 일부다처의 동물이다.

노루는 짝짓기가 이루어진 후 바로 임신하는 동물이 아니다.

노루를 제외하고 모든 사슴과 동물들은 겨울에 짝짓기가 이루어져 바로 착상되어 4∼5개월 후에 새끼가 태어나는데 노루는 교미 후 12월까지 착상이 지연되었다가 1월에 착상되는 특이한 동물이다.

이것은 11∼12월 사이에 겨울을 지내기 위해 먹이를 찾아 고산지역에서 중산간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임신될 경우 번식률이 감소하기

때문에 추운 지방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진화해온 전략이다.

한편, 제주에서는 동물 가죽과 식량을 확보하기 위하여 겨울철에 한라산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수렵생활이 성행하였다.

주로 코사냥, 덫사냥, 개사냥으로 노루, 오소리, 족제비와 꿩

등을 잡았다. 조선시대에 제주 목사로 부임했던 이형상(1653∼1733) 목사가 남긴 탐라순력도에 노루의 수렵에 대한 기록이 잘 남아있다.

순력행사의 하나인 『교래대렵(橋來大獵)』을 보면, 1702년(숙종 28) 10월 11일에 지금의 교래리와 가시리 인근에서 사냥을 통해 사슴 177마리, 멧돼지 11마리, 노루 101마리, 꿩 22마리를 잡았다고 한다.

당시 한라산에는 호랑이, 곰 같은 맹수는 없었지만, 멧돼지, 사슴, 노루가 상당수 서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야생의 멧돼지와 사슴은 사라졌고, 다만 사육중하가다 방사된 멧돼지가 한라산둘레길의 일부 구간에서 소수가 서식하고 있다.

노루는 대표적인 수렵대상이다가 보니까 꾸준하게 밀렵이 성행하였고 4·3사건과 6·25 전쟁 등 전란을 겪으면서 노루는 관찰하기 힘들 정도로

개체수가 감소하여 1980년대 전후로 한라산에 서식하던 노루는 한때 멸종위기에 놓여 있었다.

그 이후로 한라산의 대표 동물을 지키기 위해 겨울철 먹이주기, 밀렵근절, 보호구역 출입 금지 등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친 결과, 노루의

개체수가 제주도 전역에서 관찰될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특정 야생동물의 급증은 해당 지역의 적정 수용력의 한계를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생태교란을 비롯하여 농작물의 피해 등 여러 가지 생태적,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제주에서는 사람이외에 노루의 천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노루의 개체수는 행정력에 따라 조절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0년대 이후 노루가 수천 마리로 급증하자,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노루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 포획할 수 있도록 한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 조례를 제정하여, 지난 2013년 7월부터 3년간 노루포획작업을 벌이고 있다.

아쉬운 점은 중산간 일대의 골프장이나 농지의 증가로 인하여 노루의 자연서식지를 감소되면서 특정 지역에 노루의 출현이 높은 것이 오히려

노루의 자연 개체수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생태적 오류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보다 과학적인 조사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노루는 한라산의 상징적인 생태자원이면서 제주도민들의 애환을 한께 해온 영특한 동물이다.

노루는 인간의 적이 아니라 함께 공존해야 할 생명이다. 노루가 사라지면 한라산의 명성과 도민들의 자존도 함께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완병(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연구원/ 야생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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